2024-12-11 23:00
조금 더 높은 밀도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이자 가지고 있는 작은 욕심이다. 생각보다 하루 중 버려지는 시간은 많다. 나의 경우는 출퇴근 시간이 딱 그러하다. 집을 나서 회사 문 앞까지, door to door로 정확히 한 시간이 소요된다. 출퇴근을 생각한다면 하루의 8%는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7시간의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그 비중은 12%로 늘어난다. 출퇴근 시간의 2호선과 7호선은 고역이다. 중곡으로 이사온지 6개월동안 아직 앉아서 출근은 해본적이 없고, 앉아서 퇴근을 해본 적은 야근 할 때를 제외한다면 손에 꼽는다. 출퇴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시간을 보다 가치있는 시간으로 바꾸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졸고 쉬는 시간에만 책을 핀다며 꾸중하셨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딱 그 꼴인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더 밀도 있고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전쟁에 가까운 2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8시간의 근무시간 그리고 퇴근 후의 3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일 것이다. 물론, 출퇴근 시간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고 몰입하느냐다
퇴근 후의 3시간은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더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만족도가 결정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단순히 나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다만 이 시간만큼은 가능한 나를 성장시키고 충전하는 데 쓰여야 의미가 더해진다. 결국, 하루의 밀도를 높인다는 건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 채우려는 것이 아니다.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활용하고, 비워야 할 시간은 과감히 비워두는 균형을 찾는 데 있다. 그 균형이 하루를 더 충만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이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있다.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종종 실패하고, 퇴근 후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려는 계획은 자주 흐트러진다. 가끔은 퇴근 후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에 빠지곤 한다.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실천은 항상 어려운 법이다. 때로는 계획만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거나, 몰입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에 흔들릴 때가 많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루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래서 일단 퇴근 이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개발 스터디에 참여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 나를 강제로라도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보려 한다.
감사하게도 나의 첫번째 스터디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새로운 환경에 뛰어드는 일은 언제나 긴장감을 동반한다. 이번에도 나태함을 경계하며, 하루의 밀도가 조금 더 단단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