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22:49
주말에 이리저리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부트캠프를 다니고 취업 준비를 하다 개발자 취업을 포기하는 한 브이로그를 보았다. 씁쓸함을 잠깐 뒤로하고 보게 된 댓글 중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는데, 그 내용은 "비전공자 IT 취업률 1.6%인데 잘하신 선택이다." 이었다. 물론 비전공자의 개발자 취업이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정말 그정도일까 싶어서 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았다. 해당 댓글에서 나온 내용은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의 2023년 SW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가져온 모양이다. 발표일은 올 7월 11일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통합 모집단에서 패키지SW, IT서비스, 게임SW, 인터넷SW로 구분되는 43,902개를 조사 모집단으로 한 리포트이다.
봐야 할 페이지는 84p의 "4-3-3. 2023년 전공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보고서"로 구분별/계열별의 전공자 분포이다. 전체 통계만 확인해보면 SW계열이 375,300명, 공학계열이 46,000명, 자연계열이 31,900명, 기타가 18,800명이다. 기타를 비전공자로 분류한다면 SW 전문인력으로 분류된 472,000명 중 약 3.98%가 비전공자에 해당한다. 2022년 SW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동일한 목차를 살펴보면, 이 연구에선 32,017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즉 표본이 동일하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391,100명의 SW 전문인력 중 기타는 17,500명으로 약 4.47%이다. IT인력은 39만명에서 47만명으로 8만명이 증가한 반면, 기타는 1300명이 증가하여 1.6%의 숫자가 나온 것이다.
사실 '비전공자 IT 취업률 1.6%'로 표현하면 100명의 비전공자 중 1명이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석되기 쉬운데, 전체 인력 중 비전공자의 비율을 논한것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 수를 따져보면 비전공자 수는 17,500명에서 18,80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SW 전문 인력의 증가 폭(391,100명 → 472,000명)이 더 커서, 비율적으로는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20.7%의 증가율을 보인 SW 전문 인력의 증가 폭이 더 눈에 띄는 통계로 받아들여지는데, 2022-2023년의 4.47%에서 2023-2024년에는 3.98%로 감소했다는 사실과 20.7%의 증가율에서 기타의 비중이 1.6%인 사실이 훨씬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물론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에서 모집단으로 선정한 기업의 표본이 시장을 어느정도로 대표하는지, 기타로 분류된 기준등은 더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나는 지리학과에 컴퓨터공학 부전공인데 기타인가?
위 통계는 비전공자가 SW 산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22년에서 23년 사이 비전공자의 숫자는 증가했으며 IT 인력의 전반적인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암시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태도와 개인의 선택이다. 때로는 수치가 절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곧 개인의 성공 가능성을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다양한 성공 사례들은 이미 존재하고 꾸준한 학습과 실전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추가. (2024. 11. 24 23:00)
최근 유튜브나 다른 채널등을 통해 현 IT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개발자 시장이 얼어붙었음을 이야기한다. 내년에 발표될 2024년 전공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보고서에는 비전공자에게 조금 더 암울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인이 발표한 2023 하반기 - 2024 상반기 채용 시장 공급과 수요 현황 분석에서 IT개발/데이터 직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평균 공고대비 지원율은 71.1%로 공급이 부족했던데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101.7%로 30.5%p나 상승하며 초과공급으로 전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운 이 시기에 만족할만한 결과가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있기를 바란다.